조선왕소설록

정종 - 에피소드 3: 두 왕자의 결전 — 제2차 왕자의 난

정보알랴주미 2026. 4. 17. 11:20
반응형

정종 - 에피소드 3: 두 왕자의 결전 — 제2차 왕자의 난



1400년, 정월 스무사흘.

해가 지기도 전인데 개경의 서북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붉다 못해 피처럼 짙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구름 너머의 징조를 바라보며 수군거린다.

"또 난리가 나는 거 아냐?"

"태상왕 전하도 아직 관음굴에서 돌아오시지 않았다는데…… 조짐이 영 좋질 않아."

서운관(書雲觀)의 관리들도 심각하다. 일관(日官)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지만, 누구도 이 적기의 뜻을 시원하게 풀지 못한다. 오직 한 사람, 박포(朴苞)만이 이 하늘의 붉음을 자기 식대로 읽어낸다.

박포는 두 달 전 회안공 이방간의 집에 들러 바둑을 두며 이런 말을 흘렸었다.

"시절이 고르지 못하니, 몸가짐을 삼가셔야 합니다."

씨앗은 그때 뿌려졌다. 박포는 개국공신이자 정사공신이지만, 공을 세우고도 외방으로 좌천된 뒤로 속이 부글부글 끓는 사내였다. 그날 밤, 그가 다시 방간의 집 문을 두드린다.

"공자(公子)님, 저 하늘의 적기(赤氣)가 보이십니까? 천기(天氣)가 심상치 않습니다."

방간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래서? 내가 어찌해야 한다는 것이냐?"

"세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병권을 내려놓고 문을 닫으시지요. 의관을 정제하고 몸가짐을 삼가, 전 왕조의 제왕들처럼 조용히 사시는 것이 상책(上策)입니다."

"둘째는?"

"태백과 중옹처럼 먼 남쪽 땅으로 숨어버리시는 것이 중책(中策)이지요."

방간의 입가가 일그러진다. 박포는 숨을 깊게 들이쉰 뒤 마지막 패를 꺼낸다.

"……하책(下策)은, 정안공을 먼저 치는 것입니다."

방 안이 한순간 얼어붙는다. 호롱불이 한 번 크게 흔들린다. 박포가 다시 속삭인다.

"정안공의 병력은 강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분께 마음이 기울었지요. 게다가 그 아우가 상당군의 처남을 사위로 삼았으니, 한집안이 통째로 한 편입니다. 공자님 병력은 아침 이슬처럼 위태롭습니다. 먼저 치지 않으면, 먼저 당합니다."

방간은 사실, 마음 한쪽에 오래 눌러둔 불만이 있었다. 어머니가 같은 다섯 형제 중 자기가 둘째 아래였고, 익안 형님은 조용하니, 자기 다음에 왕위가 돌아와야 옳다고 믿었다. 그런데 세간은 온통 방원의 이름만 부른다. 개국도 방원, 정사(定社)도 방원, 심지어 임금 정종도 방원의 눈치를 본다.

"……정안공은 나를 의심하고 있다. 차라리 내가 먼저 친다."

운명은 이렇게, 술 한 병과 한숨 한 번 사이에서 결정된다.

***

이튿날, 개경은 찢어진다.

방간이 사병을 움직였다. 그제야 정종 임금이 소식을 듣고 펄쩍 뛴다.

"당장 멈추라고 해\! 도승지를 보내라\!"

사자가 달려갔다. 방간은 듣지 않는다. 두 번째 사자 이지실(李之實)이 갔다. 방간은 고개를 젓는다.

"이미 활은 떠났다. 돌아갈 길은 없다."

정안공 방원의 집에도 전갈이 닿는다.

"형님께서 군사를 일으키셨습니다\!"

방원은 한참을 묵묵히 앉아 있다. 촛불에 비친 그의 옆모습이 돌처럼 단단하다. 곁에 있던 부인 민씨가 손수 갑옷 끈을 풀어준다. 방원이 낮게 말한다.

"……형님이셨군. 나는 형을 칠 수 없다. 그러나 형이 먼저 칼을 들었다면,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는 갑옷을 걸친다. 손이 떨리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이미 한 번 형제와 칼끝을 마주했던 사람이다. 두 번째는 더 매섭다.

개경 한복판, 두 형제의 군사가 맞붙는다.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말울음이 거리를 뒤흔든다. 눈 녹은 길이 금세 검붉게 물든다. 방간의 병사들은 용감하지만 수가 적다. 방원의 군사는 조직적이고 단단하다. 결과는 순식간이었다. 방간의 진영이 무너지고, 그는 포박되어 끌려나온다. 박포는 어디론가 몸을 숨긴다.

소식이 궁에 들어오자, 정종은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러나 그는 아직 임금이었다.

***

다음 날, 궁으로 돌아온 정종 앞에 중신들이 일제히 엎드린다. 참찬문하부사 하륜이 나서 말한다.

"전하, 몽주의 난 때도 정안공이 없었다면 큰일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도전의 난 때도 정안공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입니다. 어제의 일을 보시면, 하늘의 뜻이 어디로 기우는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청컨대, 정안공을 세자로 세우시옵소서."

정종이 길게 한숨을 내쉰다.

"……경들의 말이 참으로 옳소."

그는 늘 알고 있었다. 허수아비 왕의 자리, 그 짧은 운명을. 후사가 없고, 첩의 자식 하나는 미련하며, 동생 익안은 순하나 힘이 없고, 방간은 어리석었다. 오직 한 사람 — 개국을 도운, 정사(定社)를 이룬, 글 읽을 줄 알고 도리를 꿰뚫는 그 동생.

정종이 도승지 이문화를 불러 조서를 내린다.

"모제(母弟) 정안공을 왕세자로 삼고, 내외의 모든 군사를 총괄하게 한다."

그 한 문장에 조선의 다음 수백 년이 담긴다. 대신들 가운데 일부는 "왕의 아우이니 왕태제(王太弟)라 부르소서" 했지만, 정종은 고개를 젓는다.

"나는 이 아우를 내 아들처럼 여길 것이다."

형이 아우를 아들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것은 사실상의 양보이자,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

한편 박포는 체포되어 국문장에 엎드린다. 곤장 아래에서 그는 실토한다. 자신이 방간에게 거사를 부추겼노라고, 정안공 밑에 있어봐야 언제 또 내쳐질지 모르니 방간에게 공을 세워 부귀를 누리려 했노라고. 형리의 매가 바닥을 친다. 박포는 관직을 빼앗기고 곤장 백 대를 맞은 뒤 청해(靑海)로 유배된다. 훗날 다시 끌려나와 목숨을 잃게 되지만, 그건 다음의 이야기.

방간은 토산(兔山)으로 쫓겨난다. 삼성(三省)이 상소를 거듭 올린다. "방간을 법에 처하소서." 정종은 소를 읽다 말고 흐느낀다.

"내 차라리 내가 해를 입을지언정, 어찌 같은 어머니에게서 난 아우를 형장에 보내겠느냐? 다시는 거론하지 말라."

그 장면을 지켜보던 궁인이 몰래 눈물을 훔친다. 한 어머니의 아들 다섯 중, 이미 둘은 이방원의 칼 앞에 목을 꺾었고, 하나는 쫓겨나고, 하나는 왕위 뒤에 숨어 울고, 하나는 곧 그 왕위를 차지할 것이다.

그날 저녁, 세자가 된 방원이 태상전(太上殿)으로 향한다. 함흥에서 돌아온 태조 이성계가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참을 말이 없다. 그러다 잔을 내민다.

"……네 자리가 가장 무겁다. 삼한에 귀한 집안이 많거늘, 저마다 나를 비웃을 것이다. 방간이 어리석어 군사를 일으켰으니, 나 또한 부끄럽다."

아버지의 눈빛에는 노여움보다 피로가 더 깊다. 방원은 고개를 숙인다.

"아버지."

"네가 이미 세자가 되었다. 공평한 도리를 펴라.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지키라. 이 늙은 애비가 할 말은 그것뿐이다."

태조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이저(李佇)에게 눈짓한다.

"박포는 죽어도 죄가 남는다. 돌아가 네 주인에게 이르라. 반드시 법대로 다스려 뒷일을 경계하라."

세자는 오래 절을 한다. 일어서자, 눈가가 젖어 있다.

그날부터 조선의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간다. 허수아비 왕의 재임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고, 진짜 왕이 될 자는 이미 보좌 뒤에서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었다. 정월의 붉은 하늘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적기의 진짜 뜻은, 형이 아니라 동생이 알아차렸을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