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92년 봄, 개경(開京).
도성의 복숭아꽃은 한창이었지만, 이성계의 저택에는 봄기운이 없었다.
"공께서 말에서 떨어지셨다."
이 소문은 화살처럼 빠르게 개경 전체를 누볐다. 해주에서 사냥을 즐기다 말이 진흙 구덩이에 빠지는 바람에 이성계가 낙마한 것이다. 어깨와 허리를 다쳤다. 중상은 아니었지만, 그를 오랫동안 자리에 눕혀두기에는 충분했다.
소식을 들은 정몽주(鄭夢周)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때다."
정몽주는 고려 최고의 성리학자이자, 충절로 이름난 대학자였다. 그는 이성계를 개인적으로 존경했다. 그러나 그가 두려워하는 건 이성계 자신이 아니었다. 이성계의 주변, 조준(趙浚), 정도전(鄭道傳), 남은(南誾)—이 자들이 문제였다.
"저 자들은 고려를 뒤엎으려 한다. 이성계를 왕좌에 앉히려 한다."
정몽주는 그동안 신중하게 기다려왔다. 하지만 지금, 이성계가 누워 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그는 대간(臺諫)들을 부추겼다.
"조준을 탄핵하라. 정도전을 탄핵하라. 남은을 탄핵하라."
탄핵 상소가 빗발쳤다. 공양왕은 망설이면서도 결국 이성계의 측근들을 귀양 보냈다. 정몽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귀양지로 자신의 심복들을 보냈다. 구실은 '심문'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하나였다.
그들을 죽여라.
---
이성계의 저택, 병실.
이성계는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통증은 견딜 만했다. 그러나 마음의 고통은 달랐다.
정도전이 잡혔다. 조준이 잡혔다. 남은이 잡혔다.
문이 열렸다. 다섯째 아들 이방원(李芳遠)이 들어섰다. 스물다섯 살의 청년이었지만, 눈빛에는 소년의 빛이 없었다. 날카롭고, 차갑고, 이미 결심이 서 있었다.
"아버지."
이방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몽주를 없애야 합니다."
이성계는 눈을 감았다.
"그는 내 사람이다. 같이 싸운 동료다."
"아버지, 지금 동료 운운할 때가 아닙니다! 저자가 지금 아버지의 날개를 자르고 있습니다. 다음엔 목을 칠 겁니다!"
"방원아."
이성계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죽이지 마라."
이방원은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정말 그렇게 믿는 걸까. 아니면, 이미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걸까.
방에서 나오자 형 이방과와 매부 이제, 황희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으신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방원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해야 한다."
---
1392년 4월 4일.
정몽주는 이성계의 저택을 방문했다. 병문안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것은 확인이었다. 적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 얼마나 위험한지를 직접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이성계는 누워서 그를 맞았다. 두 사람은 예를 나누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이성계가 술 한 잔을 권했다. 정몽주도 받아 마셨다. 그들은 옛날 이야기를 나눴다. 북방을 함께 누볐던 시절. 위화도에서 말을 돌리던 그날.
두 사람 다 웃었다.
두 사람 다 알고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돌아가는 길, 선죽교(善竹橋).
개경 도성 북쪽, 작은 돌다리였다. 정몽주의 가마가 다리 위를 지날 때였다.
발굽 소리가 들렸다. 말들이 달려왔다. 이방원이 보낸 자들이었다. 조영규(趙英珪)가 앞장섰다. 손에는 철퇴(鐵槌)가 들려 있었다.
정몽주는 가마 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담담했던 걸까. 충신이란 이렇게 사는 거라는 것을 평생 믿어온 사람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철퇴가 내려쳤다.
고려의 마지막 충신이 선죽교 위에 쓰러졌다. 다리 돌 위에 피가 번졌다. 훗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대나무가 솟아났다고 말했다. 충절의 피에서 자란 대나무라고. 선죽교(善竹橋)라는 이름도 거기서 왔다.
---
정몽주의 죽음은 폭풍의 눈을 건드린 것과 같았다.
그 후 며칠 만에 모든 것이 뒤집혔다.
귀양을 갔던 조준, 정도전, 남은이 소환되었다. 이성계가 다시 문하시중으로 임명되었다. 이성계를 몰아내려던 세력들은 숨을 죽였다.
6월, 이성계의 사저에 공양왕이 직접 행차했다. 형식상 '병문안'이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굴복이었다. 왕이 신하의 집에 두 번씩이나 찾아오는 것, 이 나라에서 전례 없는 일이었다.
같은 달, 남은의 방에 사람들이 모였다. 조준, 정도전, 조인옥, 조박—마침내 쉰두 명이었다.
"하늘의 명(命)과 사람의 마음이 이미 정해졌습니다."
그들은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하기로 결의했다.
이성계는 아직 모른 척했다. 거절하고, 물러나고, 사양했다. 하지만 강물은 이미 방향을 정했다. 누가 막아도 흘러갈 것이었다.
고려는 끝나가고 있었다.
474년. 그 긴 왕조가 저물어가는 소리는, 놀랍도록 조용했다. 누군가의 피.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침묵.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역사는 한 장을 덮었다.
새벽이 오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처럼, 혁명의 전야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이 지나갔다.
---
'조선왕소설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태조 - 에피소드 6: 왕위의 무게 — 새 나라를 세우는 고통 (0) | 2026.04.08 |
|---|---|
| 태조 - 에피소드 5: 새벽을 열다 — 조선 건국, 1392년 7월 (0) | 2026.04.07 |
| 태조 — 에피소드 3: 위화도의 결단 — 역사를 바꾼 회군 (0) | 2026.04.03 |
| 태조 - 에피소드 2: 불패의 장군 — 왜구와 홍건적을 물리치다 (0) | 2026.04.02 |
| 태조 - 에피소드 1: 신화의 시작 — 활의 신, 이성계 (0) | 2026.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