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소설록

태조 - 에피소드 2: 불패의 장군 — 왜구와 홍건적을 물리치다

정보알랴주미 2026. 4. 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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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조 - 에피소드 2: 불패의 장군 — 왜구와 홍건적을 물리치다

절벽 위에서 말을 타고 활을 당기는 이성계, 아래에는 왜구의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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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년, 경상도 지리산 자락.

여름 태양이 산을 불태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성계의 눈에 그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앞에 있는 절벽, 그 위에 빼곡히 늘어선 왜적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원수! 말이 오르지 못합니다. 바위가 너무 가파릅니다."

부장이 돌아와 보고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계는 이미 두 번이나 부장과 상왕(上王)을 내보냈다가 같은 대답을 들었다. 절벽 위의 왜적들은 칼과 창을 내밀고 고슴도치처럼 버티고 있었다. 관군들은 아래에서 올려다볼 뿐이었다. 누군가는 벌써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이성계는 말없이 절벽 아래까지 말을 몰았다.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바위는 정말로 가팔랐다. 하지만 이성계의 눈은 달랐다. 보통 사람이 불가능을 보는 자리에서, 그는 가능성을 보았다. 좁은 바위틈. 말발굽이 걸릴 수 있는 돌출부들. 충분히 빠른 속도와 충분히 강한 도약이라면…

그는 천천히 말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주위 병사들에게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이 먼저 오른다. 너희는 뒤따르라."

"하, 하지만 원수, 그건—"

이성계는 이미 말을 몰고 있었다.

두둥, 두둥, 두둥— 말발굽 소리가 빨라졌다. 절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병사들의 숨이 멎었다. 왜적들조차 눈이 커졌다. 설마, 저 사람이…?

바로 그 순간, 이성계는 허리에서 칼을 뽑아 칼등으로 말의 엉덩이를 힘껏 내리쳤다.

정오의 태양 아래 칼날이 번개처럼 번쩍였다.

말이 한 번, 크게 도약했다.

절벽 위로. 단번에.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숨도 쉬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뒤따르는 병사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바위를 밀며, 누군가는 서로 잡아당기며 절벽을 기어올랐다. 절벽 위에 먼저 올라 있던 이성계는 이미 왜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날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건 말이 아니라 왜적들이었다. 그중 태반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고, 남은 자들도 끝내 전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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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8년, 서해도 해주.

"원수, 전방이 진창입니다. 말이 빠져 나아갈 수 없습니다."

보고를 받은 이성계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왜적들은 좁은 지형을 선점하고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군의 원수 임견미와 변안열은 이미 패주하여 달아난 뒤였다. 남은 건 이성계뿐이었다.

"물러서는 것은 없다."

그는 투구를 내려 백 수십 보 앞에 놓았다. 병사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성계가 활을 들었다. 시위를 당겨—

쏘았다.

화살이 투구를 정확히 관통했다.

두 번째. 관통.

세 번째. 관통.

"오늘 싸움의 결과는 이미 알았다." 이성계가 말고삐를 쥐었다. "진격한다."

그리고 말이 진창 위로 도약했다. 아무리 발이 빠질 것 같은 땅도, 이성계의 말은 한 번에 넘어섰다. 뒤따르던 병사들이 진창에 발이 묶이는 동안, 이성계는 홀로 왜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대우전(大羽箭). 굵고 강력한 화살.

첫 번째 왜적의 왼쪽 눈 가장자리.

두 번째 왜적의 왼쪽 눈 가장자리.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나중에 병사들이 확인했을 때, 이성계가 쏜 화살 열일곱 발은 모두 왜적의 왼쪽 눈꼬리에 정확히 박혀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열일곱 명이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왜적들은 두려움에 떨며 산속 험지로 달아나 나무를 쌓아 요새를 만들었다. 이성계는 말에서 내려 접이식 의자(호상·胡床)에 앉아 음악을 틀게 했다. 병사들이 풀을 베어 불을 질렀다. 연기와 불꽃이 하늘을 뒤덮자, 왜적들이 필사적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이성계는 계속 앉아 있었다. 화살이 자기 앞 술항아리에 박혔을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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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년, 전라도 황산.

역사는 이 싸움을 '황산 대첩'이라 부르게 된다.

왜선 오백 척이 진포에 닻을 내리고 삼남 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마을마다 불이 붙었고, 들판에 시체가 쌓였다. 고려 조정은 떨었고, 이미 세 도의 원수들이 패주한 뒤였다. 이성계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이기거나, 이기거나.

남원에 도착했을 때 이성계는 천 리 들판에 펼쳐진 시신들을 보았다. 밥도 잊었다. 잠도 잊었다. 가슴속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새벽, 장수들이 소집되었다.

"적은 험지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쳐들어가는 것보다 나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이성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군사를 일으켜 적을 치러 왔는데, 적이 코앞에 있는데 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

먼동이 트자마자 군대가 움직였다. 황산 서북쪽 정산봉에 올라 지형을 살피던 이성계가 오른편 험한 샛길을 가리켰다.

"적이 저기로 나올 것이다. 내가 먼저 간다."

다른 장수들은 평탄한 길로 갔다. 그리고 왜적의 정예 기병이 그 '험한 샛길'에서 쏟아져 나왔다. 정확히 이성계가 예측한 대로.

이성계는 혼자 그 길을 막고 있었다.

대우전 스무 발. 유엽전(柳葉箭) 오십 발. 한 발 한 발, 왜적의 얼굴을 정확히 꿰뚫었다. 화살이 떠나자마자 적이 쓰러졌다. 세 번의 맹렬한 교전. 땅이 진창이어서 이성계도, 왜적도 모두 넘어지고 구르면서 싸웠다.

전투가 끝났을 때, 죽어 있는 건 모두 왜적이었다. 아군은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아군이 그날 살아 돌아온 것은 이성계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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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왜적들은 포로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李) 만호가 지금 어디 있느냐?"

그들은 이성계의 군영 근처에는 절대 얼씬거리지 않았다. 반드시 그가 없는 틈을 노려 침략했다. 한 장군의 이름이 적의 침략 경로 자체를 바꾸게 된 것이다.

불패(不敗)의 장군. 고려의 마지막 방패.

이성계는 아직 자신이 무엇이 될지 몰랐다. 그저 싸웠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들판에 쌓인 시체들, 그 불타는 마을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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