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종 즉위년 12월의 한양은 온통 흰빛이었다.
세종대왕이 돌아가신 지 열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종묘에는 아직 신주도 제대로 모시지 못했고, 궁궐 곳곳에서는 흰 상복 차림의 신하들이 소리 없이 오갔다. 슬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아니, 나라 전체가 그 슬픔을 예법으로 포장하여 함께 짊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한양의 한 고즈넉한 기와집에서 — 가야금 소리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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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헌부 감찰 홍진손이 그 소리를 처음 들은 것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이었다. 그는 저잣거리를 순시하다 멈칫했다. 분명히 현악기 소리였다. 흥겨운 장단까지 섞인, 거상 중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소리.
"저게... 음악 소리인가?"
옆의 아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발 대감 댁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정발(鄭發). 이름 있는 문신이었다. 왕실 외척 가문과도 연이 닿아 있고, 벼슬도 낮지 않은 인물. 하지만 지금은, 선왕의 국상 기간이었다. 음악은커녕 웃음소리도 조심해야 할 때였다.
홍진손은 그 자리에서 빠른 걸음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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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헌부가 정발을 추궁했을 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음악이라니요. 당치도 않은 소리입니다."
"이웃 다섯 집에서 분명히 들었다 하옵니다."
"잘못 들으신 겁니다."
그의 태도는 당당했다. 아니, 당당함을 넘어 오만에 가까웠다. 사헌부 관원들이 이를 갈았다. 이웃 일곱 명의 증언이 일치했다. 악기 소리, 장단 소리, 웃음소리까지 — 거상 중의 집에서 잔치라도 벌인 듯한 소동이었다는 것이다.
"무군지심(無君之心)입니다. 임금도, 선왕도 없는 자의 소행입니다. 반드시 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대사헌 안완경이 문종 앞에 엎드려 목소리를 높였다.
문종은 조용히 그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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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은 원래 느리게 결론 내리는 왕이었다.
즉위한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았지만, 신하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왕은 신중하다. 충동적으로 벌을 내리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아주 때로는 — 지나칠 만큼 관대하다.
"사단이 부실하다."
그것이 문종의 첫 번째 답이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헌부에서는 탄식이 흘렀다. 이웃 일곱 명의 증언이 '부실'하다고? 우헌납 송처검이 다시 나섰다.
"전하, 불충·불경의 죄는 그냥 넘길 수 없사옵니다. 이 자를 그냥 두면 기강이 무너집니다."
문종은 잠시 눈을 감았다.
선왕의 얼굴이 떠올랐다. 병상에서도 국사를 놓지 못했던 아버지. 그 아버지를 보내드린 지 열 달 — 아직도 가슴이 빈다. 그 빈 자리에 음악 소리가 들어찼다니.
"파직하라."
그것이 전부였다. 처형도, 유배도 아닌 — 파직.
사헌부는 또 한 번 술렁였다. 하지만 왕의 뜻을 더 거스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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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발은 관직을 잃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몇 달이 지나고, 다른 고발이 들어왔다. 정발이 경주부윤으로 있을 때 양민들을 강제로 노비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압량위천(壓良爲賤) — 자유로운 사람을 억압해 종으로 삼는 행위. 이것은 단순한 예법 위반이 아니었다. 사람의 신분을, 삶을 통째로 빼앗은 죄였다.
의금부가 움직였다. 이번에는 문종도 막지 않았다.
정발과 그 아들이 함께 끌려갔다. 장(杖) 100대에 수군으로 충당하는 중형이 선고되었다. 마침 내려진 사령(赦令, 특별사면)으로 직첩만 회수하는 것으로 줄어들었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정발의 관직 생활은 영원히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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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은 그날 밤, 경연 기록을 뒤적였다.
현명한 군주는 증거 없이 사람을 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죄가 드러났을 때는 반드시 그에 합당하게 처벌해야 한다.
음악 소리 한 번으로 사람을 크게 벌하려 했던 신하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선왕을 사랑했고,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 문종은 생각했다 — 섣부른 벌은 진짜 죄를 가릴 수도 있다.
정발이 음악 소리 하나로 처벌받았다면, 아마 양민을 노비로 만든 더 큰 죄는 영영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인내는 때로 정의의 다른 이름이다.
바깥에서 찬 겨울바람이 불었다. 문종은 조용히 붓을 들었다.
아버지가 늘 하셨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다.
*"천천히 가는 것이 더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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