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6년 3월의 하늘은 유독 낮았다.
수양대군의 사저. 왕비의 처소로 잠시 쓰이던 그 집의 처마 끝에서 빗물이 똑, 똑 떨어졌다. 소헌왕후 심씨가 눈을 감은 것은 그 빗소리가 잦아들던 이른 아침이었다.
세종은 전갈을 받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신하들이 조심스레 그의 안색을 살폈다. 왕은 이미 오래전부터 몸이 성치 않았다. 두 눈이 어두워져 글을 읽기 어려웠고, 다리가 부어 걷는 것조차 불편했다. 그럼에도 그는 매일 경연을 열었고, 상소를 처결했다. 오직 그것만이 삶이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삼십여 년을 곁에 두었던 사람이 떠났다.
"…장례를 준비하라."
왕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신하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 차분함이 오히려 더 가슴을 쥐어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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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는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밤마다 어머니의 처소 앞에서 곡을 하다 쓰러지면, 내시들이 부축해 방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는 또 일어나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다. 소헌. 소헌왕후.
신하들이 세자에게 건강을 챙기길 권했지만, 세자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께서 고통받으실 때 제가 편히 먹고 잘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세종은 오랫동안 창밖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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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에서는 왕비의 시호와 능 자리를 논의했다.
시호는 '소헌(昭憲)'으로 결정됐다. 밝을 소(昭), 법도 헌(憲). 밝은 덕으로 법도를 지킨 왕비. 그 이름은 소헌왕후가 살아온 삶과 꼭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능 자리 문제는 좀 더 오래 걸렸다.
신하들은 여러 곳을 살펴보았고, 결국 헌릉 서편 — 태종과 원경왕후가 잠든 곳 근처를 영릉(英陵)의 자리로 정했다. 세종은 이 결정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말했다.
"나와 같은 자리에 두어라."
신하들이 고개를 들었다. 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동궁이실(同宮異室). 같은 능침에, 다른 방으로."
살아서는 궁궐의 여러 채를 사이에 두고 지냈지만, 죽어서는 같은 언덕 위에 나란히 눕겠다는 뜻이었다. 부부가 한 자리에 들되, 각자의 방을 갖는 합장 방식. 조선에서 흔치 않은 결정이었다.
누군가는 이것이 예법에 맞는지 따지려 했다. 하지만 왕의 눈빛 앞에서 입을 여는 신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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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관은 모두 소복으로 갈아입었다. 조정에서는 삼십 일간 소선(素膳) — 고기 없는 수라상 — 을 올리는 것으로 상례를 시작했다.
세종도 밥상을 물리는 날이 많았다.
몸이 더 나빠졌다. 어의들이 조심스레 진맥을 하고는 서로 눈을 마주쳤지만, 감히 말하지 못했다. 왕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날마다 정사를 보았다. 왕비가 떠났다고 나라가 멈출 수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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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소헌왕후의 재궁(梓宮)이 드디어 발인을 했다.
그러나 그날 하늘은 무너지듯 비를 쏟아냈다. 강물이 넘쳐흘렀다. 행렬은 나아갈 수 없었다.
백관들이 줄지어 멈춰 서는 사이, 소헌왕후의 관은 낙천정(樂天亭) 근처에서 발이 묶였다. 행렬을 이끌던 세자는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우산조차 받지 않았다.
"날씨도 어머니를 보내기 싫어하는가 봅니다."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비는 며칠을 더 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강물이 잦아들었을 때, 행렬은 다시 움직였다. 소헌왕후는 영릉에 조용히 안장되었다.
먹구름 사이로 햇빛 한 줄기가 능선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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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곡(卒哭) 의례가 끝난 8월. 왕은 다시 고기를 드셨다.
신하들이 안도했다. 임금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랐다.
그러나 세종의 눈은 여전히 어딘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것이 창밖의 가을 하늘인지, 아니면 기억 속 소헌왕후의 얼굴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세종은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죽어서야 나란히 누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 왕. 그 무렵의 실록은 이렇게 적고 있다 — 상이 매우 슬퍼하셨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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